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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일,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 ‘양대 대표’ 겸직… 주주가치 훼손 논란 확산

 

한화시스템의 경영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을 동시에 이끌고 있는 손재일 대표이사의 겸직 구조가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주요 보직을 맡은 미등기 임원들까지 다수의 계열사에서 직책을 겸하고 있어, 회사의 의사결정이 자회사 이익보다는 그룹 전체의 이해관계에 좌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의 모회사로, 지분율 46.73%를 보유하고 있다. 손 대표는 2022년 10월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동대표로 선임된 이후, 지난해 한화시스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추가로 오르며 그룹 방산 부문의 ‘투톱 체제’를 완성했다. 김 부회장이 전략부문을 총괄하고 손 대표가 사업부문을 맡는 구조다.

 

표면적으로는 그룹 방산 부문의 통합 시너지 강화라는 명분이 내세워졌지만, 실상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이해가 맞물린 이중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력으로 추진하는 위성·항공·지상체계 사업과, 한화시스템의 방산전자·ICT 부문은 모두 정부와 해외 군수 발주를 겨루는 동일 시장 내 경쟁 영역이다.

 

손 대표가 두 회사를 동시에 지휘하는 상황에서 사업 수주나 투자 결정이 어느 한쪽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상법 제382조 제3항은 이사가 회사와 주주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한 회사의 대표로서 내린 판단이 다른 회사의 이해에 부합하더라도, 그로 인해 자신이 속한 회사의 주주가 불이익을 입는다면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의결권 자문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GCGI) 또한 대표이사가 2개를 초과하는 회사의 등기이사를 겸직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직무 과중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주체’가 모호해지는 지배구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설명이다.


한화시스템 내 미등기 임원 상당수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서도 유사한 직책을 맡고 있다. 원가, 지원, 대외협력 실장을 포함한 핵심 보직이 양사에서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일부 인사는 한화오션 등 타 계열사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인사 구조는 계열사 간 독립적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나아가 그룹 차원의 방산 사업 통합 운영이 개별 회사의 책임경영 원칙을 흐릴 수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가총액은 약 49조 원으로 코스피 7위, 한화시스템 역시 10조 원대에 달하는 대형 상장사다. 두 회사 모두 기관 및 개인 주주가 폭넓게 분포돼 있으며, 방산과 우주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서 시장 신뢰가 절대적이다. 이 때문에 손 대표의 겸직 구조가 단순한 인사 효율화의 문제를 넘어, 주주권 보호와 투명경영 원칙을 시험하는 사안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는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한화 등 한화그룹 주요 5개 계열사의 IR(기업설명) 담당을 단독으로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명의 임원이 지주사부터 비상장 방산 계열사까지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한 전무는 국제 신용평가기관 S&P 출신으로, 2021년 한화솔루션에 합류해 상무로 승진한 뒤 IR팀장을 맡았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까지 겸직했고, 2023년에는 한화오션 주가 관리를 위해 급파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주사인 ㈜한화의 IR 업무까지 담당하게 되면서, 사실상 그룹의 대외 신뢰 확보와 투자자 커뮤니케이션을 소수 인물 중심으로 집중시킨 구조가 드러났다.

 

문제는 이같은 겸직 구조가 기업설명의 신뢰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전무는 지난 2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한화오션 지분 인수에 자금 조달 필요성은 없다”고 밝혔으나, 이후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지금 투자를 놓치면 뒤로 밀린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대해 일부 주주들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대변한 설명이었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한 바 있다.

 

국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중에서는 지주사 또는 핵심 계열사 IR 임원이 다른 주요 계열사 IR을 겸직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이는 각 사의 독립적인 주주책임과 투자자 신뢰 확보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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